통도사 13암자 순례길
걷고 싶은 길 <16> 통도사 13암자 순례길
극락세계련가…절경에 취해 잊어버린 108번뇌
- 19개 암자 중 13곳 탐방 코스
- 총 12㎞ 6시간 30분 가량 소요
- 무풍 한송길부터 백련암·극락암
- 멋들어진 소나무 자태에 입이 쩍
- 서운암엔 100여 종 야생화 유명
- 연못·홍교 잘 어우러진 극락암 등
- 개성있는 암자 매력에 피로 씻겨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인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경내에 있는 총 19개 암자 중 13개를 둘러보는 13암자 순례길은 영축총림 통도사의 주요 암자를 걸으면서 조망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점에서 색다른 맛을 안겨 준다. 백운암을 제외한 모든 암자는 자동차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사색을 즐길 수 있어 다른 길과는 차별화된다. 영축산 자락에 있는 암자들을 모두 둘러보는 코스는 약 12㎞(소요시간 6시간30분)에 이른다. 따라서 전체 코스를 두 곳으로 나눠 시간을 갖고 걷는 게 여러모로 좋다.
쑥쑥 자란 아름드리 소나무가 길 양쪽에 빽빽이 들어서 무엇이든 포근히 감싸고 보호해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무풍 한송길은 널찍하면서도 완만해 아이들부터 노부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느긋하게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양산시 제공
■오르기 전 경내 둘러보기 필수
통도사는 해인사, 송광사와 함께 우리나라 삼보사찰로 꼽힌다. 통도사 암자길을 걷기 전 통도사 경내를 먼저 둘러보는 것을 권한다. 통도사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어 '불보사찰'로 불린다. 대웅전 통유리를 통해 고스란히 보이는 금강계단에 모셔진 부처님 사리탑을 향해 방문객들이 절을 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금강계단과 대웅전은 국보 제290호로 지정돼 있다.
또 통도사에서 성보박물관을 보지 않는다면 통도사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다. 3만여 점의 소장품이 있으며 우리나라 불교문화와 생활문화까지 두루 엿볼 수 있다. 특히 불교 회화실에서는 대형 불화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고 섬세한 조각으로 장식된 사찰건축의 구조물, 조선시대의 수준 높은 불교목공 기술과 정교한 목판인쇄술을 엿볼 수 있는 전시품이 많다.
■암자마다 다른 매력에 취해
통도사 안을 둘러봤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암자 순례길에 오를 차례다. 통도사 암자 순례길은 산문을 들어서 무풍교와 보행로로 통하는 무풍 한송길에서 시작된다.
무풍 한송길은 '춤추는 바람결에 물결치는 찬 소나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쑥쑥 자란 아름드리 소나무가 길 양쪽에 빽빽이 들어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 아래에 맑은 물이 일품인 계곡과 멋진 모양의 바위도 장관이다. 젊은 연인은 물론 나이 지긋한 노부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느긋한 자세로 길을 걷는다.
20여 분 춤추는 소나무에 취해 걷다가 통도사 주차장 옆 통도사 관광안내소를 거쳐 비구니 처소인 보타암과 보살선원인 취운암을 지나면 사명암이 나온다. 사명암은 사명대사가 이곳에 토굴을 짓고 수도한 곳으로 전해진다. 사명암은 단청이 볼만하다. 고급스러우면서도 대중성이 있고, 화려하면서도 싫증을 주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
여기서 조금 더 오르면 백련암과 옥련암이다. 백련암은 고려 공민왕 때 월화대사가 창건했다. 대한제국 말기 대표적인 남방선찰이었다. 지그재그로 난 길에 길게 늘어선 소나무 숲이 눈길을 잡는다. 겨울이라 잎이 바래 깡마른 느낌을 주지만 멋들어지게 펼쳐진 가지가 수백 년 세월을 견뎌낸 소나무의 기상을 보여준다.
옥련암은 나지막한 언덕 위 백련암과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약수인 '장군수'로 유명하다. 이 물을 매일 마신 스님들이 힘이 세서 큰 절의 스님들이 당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조금 가면 서운암이다. 서운암은 들꽃축제로 유명하다. 주변 야산에 심은 100여 종의 야생화 덕에 이를 보려는 방문객들로 주말과 휴일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야생화가 심어진 1만5000여 ㎡ 규모의 야산은 밭이 오밀조밀한 데다 꽃밭을 따라 보행로가 잘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로 찾아 하루를 즐기기에도 좋다. 한약재를 넣어 만든 약된장도 유명하다.
서운암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조금 걷다 보면 안양암이다. 안양암은 통도사 8경 가운데 하나인 안양동대에 위치한 암자로 통도사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안양은 극락세계를 뜻하고 아미타 부처님을 본존으로 봉안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나무 숲에 푹 쌓여 종일 그늘이 진다. 이름과 달리 실제 암자 모습은 작고 소박하다.
■어머니 품에 안긴듯 포근
최근 열린 통도사 암자길 걷기대회 장면.
서축암과 반야암을 지나면 극락암과 비로암이다. 진입로의 소나무 군락이 아름답다. 극락암은 인기가 많은 사찰이다. 선승으로 전국적 존경을 받는 고 경봉스님의 거처였던 까닭도 있지만 좋은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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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이 이 암자를 보듬고 있는 형상에다 적송군락이 사찰을 둘러싸고 있어 마치 어머니 품에 안긴 듯한 포근한 느낌을 준다. 주변 산세도 수려해 마치 극락에 온 듯한 안온함을 준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도착하니 세파에 찌든 피로가 풀리고 삶의 새 각오가 생기는 듯하다.
영축산 봉우리가 비친다는 극락영지 연못과 이 연못을 가로질러 만든 홍교가 기묘한 조화를 이뤄 한 폭의 멋진 산수화 같다. 극락암에서 조금 떨어진 비로암은 잘 가꿔진 정원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한다. 비로암은 고려 충목왕 원년 영숙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또 아담한 물레방아와 작은 연못, 낮은 기와 돌담이 일품이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백운암은 통도사 경내 중 가장 높은 곳(해발 800m)에 있으며 만공스님(1871~1946) 등 백운암에서 수련한 고승들의 일화가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