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알았드라면
마음이 허전하고 누군가 너무 보고 싶을 때, 나는 할아버지 내외분과 어머니 내외분이 모셔진 암자에 들러곤 합니다. 한참이나 멍하게 법당에 앉아 있다 후다닥 놀라 암자 마당 나무 그늘 밑에 놓여진 벤치에 앉아 멀리 눈 아래로 펼쳐진 문필봉(文筆峰)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나의 존재를 잊곤 합니다.
어느 가을날 내 옆자리에 보살님 한 분이 앉으시며 자기 이야기를 카페에 올려 달라 하시면서 눈가에 촉촉하게 맺혀 있는 눈물방울을 보았습니다. 그 보살님도 아버지를 법당에 모신 분이었습니다.
보살님의 이야기는 21년 전으로 돌아갔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스무 살 때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게 21년이 흐른 지금은 결혼해서 사랑스러운 딸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친정아버지께서는 제가 육아 때문에 혹시 힘이 들까 봐 틈만 나면 저희 집에 들러서 손녀를 돌봐 주고 가십니다.
내리사랑이라고 아버지는 손녀를 어찌나 귀여워하시는지...덕분에 저는 아기를 돌보는 어려움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어느 날 손녀를 보기 위해 오신 아버지께 물어봤습니다.
"아버지는 손녀가 그렇게 이쁘고 좋아?"
아버지께서는 저를 향해 너털웃음을 지으면서도 갑자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셨습니다.
"너하고 네 동생 어렸을 때, 너희 엄마가 너희들을 혼자 돌보았지. 그때는 왜 그랬는지 너희들을 보는 걸 잘 도와주지도 않았어.
아빠는 힘들어하는 엄마에게 오히려 화를 내기만 했단다. 지금 생각하면 너희랑 너희 엄마에게 얼마나 미안한지..아빠는 그때 못했던 걸 지금은 하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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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항상 비슷하거나 변함이 없을 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 물 흐르듯 일상이 반복될 거라고 믿는 거죠.그러나 시간은 멈춰있지 않습니다.물론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하는 사람에게 '현재'라는 시간을 소중히 사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