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었던 순간(추억)들

내 영혼 속으로 스미는 바람을

동자승12 2018. 10. 15. 21:53

내 영혼 속으로 스미는 바람을

 

바람..

간절한 기도가 영혼을 품은 숨결을 타고 날아오르면

지상의 온화한 바람으로 떠도는 것일까..

오랜 방황이었다.

스스로 토해내는 날숨과 들숨을 미처 단 도리 하지 못한 채..

숨가쁘게 지나온 시간들의 편린이

걸머진 배낭마냥 나를 따라 허우적댄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호흡을 난 좋아 한다.

허파 가득 풍선처럼 차오르는 숨들을 머리속까지 꽉 채우고

조금씩 비워내듯 토해지는 가쁜 숨결은,

살아 있음을..

내가 살아있음을 깨우치곤 한다.

 

산길이 좋았다.

산길의 가파름이

예각에서 수직으로 다가 갈수록 점점 가빠지는 숨결로

가슴이 쿵쾅대는 과정이 지나고 나면,

온몸의 맥박이 수런수런 모두 느껴질 때 즈음이면,

하늘에 오른 듯 가까워진 햇빛과

맨몸으로 감기는 바람의 감촉에서

지나온 내 호흡들을 만난다.

 

세상과 마주보기에 지칠 때 마다.

어디고 마음껏 시선 닿는 곳에서 머물 수 있는 공간에 서면

그간의 고단함도 두려움도 바램까지도

모두 토하고 비울 수 있기에..

 

이곳에 서면,

능선위에 서면,

나는 바람이 되고,

바람은 내 영혼을 품고,

나는 다시

그 바람을 호흡한다.

온전히 나로 호흡한다.

내 영혼 속으로 스미는 바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