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이야기

여성이 화장(化粧) 할 때 뇌(腦)도 단장 (丹粧)을 시작 한다

동자승12 2015. 12. 6. 18:54

여자가 립스틱을 바를 때 그녀의 뇌도 단장을 시작한다. 화장과 뇌의 은밀한 상관관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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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칠하는 여자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여자라면 당신이 매일 빼놓지 않고 하는 일들을 떠올려 볼 것. 그 리스트에 화장이 포함되는 여성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여자의 외출 범위는 그녀가 얼마나 화장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자는 왜 매일 화장을 하는 걸까. 단순히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정도의 무심한 논리를 펼친다면 곤란하다. 여성의 심리와 화장의 관계를 연구한 책 『화장하는 뇌』에서는 화장을 ‘여자가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개체인 만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곧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를 성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여자는 남자보다 조금 더 예민하고 빠른 진화를 선택했다.

바로 나를 향한 시선을 바꿀 수 있는 기술, 화장을 터득한 것이다. 화장은 사회 속에서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연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같은 얼굴이라도 높게 치솟은 눈썹과 부드러운 아치형 눈썹이 주는 인상이 확연히 다른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유행하는 화장법을 따르는 일은 그 시대의 가장 예쁜 기준에 부합하고자 하는 행위인 동시에 무리에서 지나치게 도드라지지 않는다는 안정감을 주는 역할도 해준다.



이쯤 되면 여자가 의식주와 더불어 자신을 칠하는 색(色)을 삶의 필수 요소로 삼은 이유를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화장,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

물론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화장하는 과정은 대부분 즐거운 일이다. 나에게 어울리는 립스틱을 고르는 것을 괴롭게 여기는 여자는 없을테니. 그래서 화장을 하고, 또 화장품을 고르는 일이 유난히 즐겁게 여겨지는 이유를 조금 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없을까 궁금해졌다.

관련 도서를 찾아보던 중 화장하는 여자의 심리를 다룬 재미있는 연구를 발견했다. 일본의 뇌 과학자 온조 아야코 박사가 가네보 화장품과 함께 진행한 연구결과가 그것. 여성이 거울을 보고 화장할 때 뇌가 발산하는 호르몬은 사람 사이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을 때 분비되는 긍정적인 호르몬과 비슷하단다.


이러한 순환 구조가 가능한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며, 거울을 끊임없이 활용하는 동물 역시 사람이 유일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이다(짐승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적으로 오인해 공격하다가 그 형상이 자신의 것 임을 인지하는 순간 흥미를 잃는단다).

이처럼 화장이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력에 주목한 연구가 이어지면서 영국 적십자사에서는 ‘화장 치료법’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병원에 뷰티 살롱을 두고 화장 처치를 하는 이 치료 법은 주로 백반증 같은 피부 질환자나 우울증을 앓는 정신병 환자에게 쓰였고, 심리 상담과 병행됐다.

화장으로 메이크오버를 마친 환자에게 변화에 대한 칭찬을 지속하자 자아 회복에 도움을 주어 우울증 치료에 실제 효과가 있음을 입증받았다고. 간단하지만 놀라운 효과를 선사하는 이 치료법은 이후 호주와 뉴질랜드, 일본에까지 전파돼 이어지고 있단다. 결론짓자면 화장이란 여자의 얼굴뿐 아니라 정신까지 단장하는 일인 셈이다.



자, 우리가 단순히 여겼던, 립스틱을 바르고 마스카라를 칠하는 일이 오로지 인간만이 즐길 수 있는 브레인 힐링 방법이었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제 다시 당신의 화장품 파우치로 시선을 돌려보자. 매일 바르던 같은 컬러의 립스틱이 어딘지 새롭게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