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침 종송(鐘頌)
우리나라 대사찰에는 종각(鐘閣)이라는 건물이 있다. 때로는 종루(鐘樓)라고 하는 이 건물은 종을 달아 놓고 조석 예불 전이나 기타 법요식이 있을 때 치도록 해 놓은 것이다. 걸 수 있도록 위에 용두(龍頭) 모양의 꼭지를 만들고 종신에는 비천상 등 불교 특유의 전통 문양이 조각된 이 종을 큰 나무 등걸을 쇠줄에 가로달아 치는데 이때의 종소리가 온 산을 울린다. 이 종을 불교에서는 흔히 범종(梵鐘)이라고 부른다.
원래 이 종은 대중을 모으기 위해서나 때를 알리기 위해 치는 것이었는데 예불을 드릴 때는 이 종을 치면서 게송을 읊으며 염불을 하는데 이를 종송이라 한다. 새벽 예불 때는
원차종성편법계(願此鐘聲遍法界)
철위유암실개명(鐵圍幽暗悉皆明)
삼도이고파도산(三途離苦破刀山)
일체중생성정각(一切衆生成正覺)의 사구게(四句偈)를 읊으며 종송을 시작한다.
“원하오니, 이 종소리가 법계에 두루 퍼져서 철위산(지옥에 있는 산)밑에 있는 지옥의 어둠이 다 밝아지고 지옥이나 아귀, 축생계에 있는 중생들이 고통을 여의고 칼산의 지옥마저 무너지게 하소서. 그리고 일체 중생이 모두 바른 깨달음을 이루게 하소서.”
저녁 예불 시에 하는 종송이 또 하나 있다.
문종성번뇌단(聞鐘聲煩惱斷)
지혜장보리생(智慧長菩提生)
이지옥출삼계(離地獄出三界)
원성불도중생(願成佛度衆生)
“종소리 듣고 번뇌 끊어지소서. 지혜가 자라고 깨달음이 생겨나소서. 지옥을 떠나고 삼계를 벗어나소서. 불도 이루어 중생제도를 원하 나이다.”
절에서 종을 치면서 하는 게송 중에 ‘이 종소리를 듣고 번뇌가 끊겨서 지혜가 자라나고 깨달음이 드러나지이다. 지옥을 벗어나서 지옥을 여의고 삼계를 벗어나며 원컨대 내가 성불하여 일체 중생을 제도하여지이다.’ 하는 노래가 있다.
어떻게 하면 지혜를 얻고 보리를 이룰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지옥을 깨뜨리고 삼계를 뛰어넘으며 성불해서 일체중생을 제도할 수 있을까?
궁극의 방법은 단 하나, 내 안의 지혜를 여는 것이다. 내가 지혜의 눈을 뜨고 바라볼 때, 내 존재나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 모든 세계가 다 그대로 비어서 청정해지고 그곳에 진정한 연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완전한 청정함, 완전한 범(梵)이라는 것은 내 지혜의 눈이 열려서 일체의 공성을 꿰뚫을 때, 그때 드러나는 것이다.
내 몸뚱이가 있다고 생각하고, 내 업식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 세상이 있다고 생각하고,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속에서 아무리 노력하고 구해도 그런 헛된 노력과 구하는 마음이 그칠 날은 오지 않는다.
오직 내가, 내 안의 지혜의 빛을 발해서 그 빛으로 모든 존재를 비출 때 진정한 청정이 드러나고 그 청정의 모습은 그대로 괴로움을 여읜 열반이요, 속박을 벗어난 해탈인 것이다.
이 종송들은 바로 불보살의 비원(悲願)을 담고 있는 내용들이다. 종소리를 듣고 괴로움에서 벗어나라는 것으로 종소리는 곧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 맑고 깨끗한 소리인 범음(梵音)인 것이다.
종루에는 범종뿐만 아니라 법고(法鼓)와 운판(雲板) 목어(木魚)가 있다. 이를 불전용 사물이라 한다. 부처님 법을 위해 쓰이는 네 가지 기물(器物)이라는 말이다. 이 네 가지 기물을 차례로 울린다. 먼저 범종, 법고, 목어 운판 순으로 치는데 이 사물의 소리가 상징하는 뜻이 각각 있다.
종을 치는 까닭은 악도 가운데 가장 고통이 심한 지옥 중생들이 속히 그 고통에서 벗어나라고 기원하면서 친다. 물론 종소리가 범음이 되어 온 세계에 불음을 전파하는 매체 역할을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비원을 실은 간절한 축원이 있는 것이다. 법고는 축생도의 중생을 위하여 친다고 한다. 어리석은 과보로 짐승의 몸을 받아 괴로움을 당하는 중생들이 어서 해탈하도록 빌어주는 것이다. 목어는 물고기 종류들을 위하여 친다. 그리고 운판은 공중에 날아다니는 새 종류들을 위하여 친다고 그 뜻을 부여하였다. 운판은 쇠붙이로 되어 있는 것으로 그 모양이 구름을 형상하고 있기 때문에 운판이라 한다.
이 사물 중 범종이 대표역할을 하면서 종송으로 지옥, 아귀, 축생의 삼악도의 괴로움을 없애주려 하는 것이다. 위의 사구의 송 외에도 비로 교주에 귀의하는 송이 있는가 하면 대방광불화엄경의 경명을 송하고 화엄경 4구게를 송한다. 또 지옥을 깨뜨리는 〈파지옥 진언〉도 왼다. 지옥을 없앤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완전한 삶의 평화를 구축한다는 뜻이다.
이 종송은 대종이 설치되지 않은 암자나 작은 절에서는 법당 안에 있는 소종을 치면서 행하게 된다.
개경게
開經偈
무상심심미묘법 백천만겁난조우 아금문견득수지 원해여래진실의
無上甚深微妙法 百千萬劫難遭隅 我今聞見得修持 願解如來眞實義
개법장진언
開法藏眞言
옴 아라남 아라다(3번)
원차종성변법계 원컨대 이 종소리
願此鐘聲遍法界 법계에 두루하여
철위유암실개명 철위산의 깊고 어두운
鐵圍幽暗悉皆明 무간지옥 다 밝아지며
삼도이고파도산 지옥, 아귀, 축생의 고통을
三途離苦破刀山 여의고 도산지옥 무너지며
일체중생성정각 모든 중생 바른 깨달음
一切衆生成正覺 이루어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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