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코리아'와 삼성전자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1일 한국 증시에서 또 하나의 신기록이 탄생했다. 바로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최장 매도 행진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일부터 이날까지 사실상 34거래일째 순매도를 이어왔다. 지난 6일 163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돼 있으나 한국항공우주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이 반영된 것임을 고려하면 34거래일째 ‘팔자’를 부르고 있는 셈이다. 34일간 매도 규모는 6조886억원에 달한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 2008년 6월9일부터 7월23일까지 3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당시 외국인은 8조8734억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오일머니의 이탈=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기에 향후 전망은 더욱 우울하다..
2008년 당시 외국인 매도는 서브프라인 모기지론 사태 등으로 리먼 브라더스가 도산하면서 미국 금융위기를 촉발, 신흥국 투매 현상에 기인했다. 현재 외국인 매도는 미국 금리인상 전후로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 위안화 환율에 대한 동조화 현상 심화, 국제유가 급락 등에 그 배경을 두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장기적 성격을 띠는 미국계 자금이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12월 외국인 순매도를 이끈 것은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타격을 입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등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에는 유가 하락 영향을 받은 산유국들이 순매도를 늘린 반면 외국인 보유 상장주식의 40%를 보유한 미국계 자금은 넉달 연속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유가 급락으로 오일머니의 자금 이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부담이다.
◇삼성전자 등 업종 대표주 '팔자'=외국인들이 지난달 2일부터 이날까지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다. 규모만 1조8874억원에 달한다. 불안한 증시 환경과 실적부진 우려 등이 외국인의 매도세를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10월29일 발표한 4조1840억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이 오히려 주가 방어 효과를 일으켜 외국인들이 마음 놓고 매도세를 펼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외국인은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밝힌 11번 가운데 7번이나 순매도로 대응한 적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외국인이 많이 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우 호텔신라 현대차 삼성생명 삼성화재 현대모비스 NAVER 한미약품 삼성물산 SK텔레콤 현대건설 삼성전기 등이다.
이들은 업종 대표주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외국인들이 바스켓 매매(여러 종목을 묶어 한꺼번에 사고파는 것)을 주로 하기에 순매도 종목에 업종 대표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체를 안 좋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투자정보팀장은 “특종 업종이나 특종 섹터에 집중된 매도라기 보다는 업종 대표주에 대한 전반적인 매도라고 볼 수 있다”며 “시장 전체적으로 비중을 줄이거나 시장 전망 관점에서의 매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은 한국항공우주를 제외하고 BGF리테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한국전력 동부화재 LIG넥스원 하이트진로 LG생활건강 한화케미칼 KT&G 만도 현대해상 오뚜기 SK하이닉스 현대산업 등으로 실적 호조나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송선옥 기자 oops@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