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세계 1위 ESS 기업에 GWh 규모 배터리 공급… 업계 최초
지난달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사이언스파크 건설 현장. 점퍼 차림에 안전모를 쓴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타워크레인 사이를 부지런히 오갔다. 사이언스파크는 LG그룹의 '연구·개발(R&D) 심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의 부지에 연면적 111만여㎡(약 33만5000평) 규모의 융복합 관련 연구 시설 18개 동이 들어선다. 2017년 1단계가 준공되며 2020년에 최종 완공된다. 이곳에서 전자·화학·통신 등 주력 사업과 에너지·자동차 부품 등 신성장 사업 분야에 근무할 2만5000여명이 들어올 예정이다. 공사장을 둘러보던 구 회장은 "LG의 미래가 여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 ▲ 지난해 11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5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 마련된 LG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의 부품이 들어간 자동차를 둘러보고 있다. / LG 제공
◇"선도 기술로 위기 돌파"
LG그룹은 올해 승부수를 '선도 기술'에 걸었다. 구 회장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에 사이언스파크를 찾은 이유다. LG전자는 최근 '그램 15'라는 초경량 노트북을 선보였다. 이 노트북에는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기존 테두리 두께를 약 30% 줄인 제품이다. 가벼운 무게에도 최대 10.5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도 이용했다. 이 배터리는 LG화학이 개발한 것이다. LG그룹이 가진 첨단 기술을 모두 집약한 야심작이다.
LG는 올레드(OLED), 모바일, 생활가전,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과 같은 주력 사업과 성장 가능성이 큰 자동차 부품, 에너지 솔루션,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신성장 사업 분야에 기술 개발을 집중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는 올레드 TV, 울트라HD TV, 스마트 TV를 주력으로 내세운다. 가전(H&A)사업본부도 트롬 트윈워시 세탁기와 프리미엄 빌트인 제품 등 LG만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앞세울 계획이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상반기에 G시리즈, 하반기에 V시리즈 등 두 개의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원료 생산 회사인 KPT와 손잡고 '구슬 화장품'을 공동 개발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구슬 모양 캡슐에 액체 상태의 화장품을 넣은 것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모델로도 주목받는 제품이다.
◇부품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LG그룹은 올해 기업 간 거래(B2B)에도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품 사업이다. LG화학은 지난달 미국계 세계 1위 ESS(에너지저장시스템) 기업인 'AES 에너지 스토리지'와 ESS 분야 사상 최초로 '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엔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주요 지역에서 ESS 판매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는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차량용 '오디오·비디오 시스템'과 지능형 안전편의 장치로 불리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등 자동차 엔지니어링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의 차세대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엔 메르세데스 벤츠와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LG이노텍은 소재·부품 분야 핵심 기술을 융합해 차량용 모터와 센서, 차량용 카메라 모듈, 차량용 무선통신 모듈, LED, 전기차용 배터리 제어시스템(BMS)을 개발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근본적이고 선제적인 변화로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한다는 것이 올해 전략의 핵심"이라며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인터넷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