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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희의 세월이 가면

동자승12 2016. 4. 9. 19:07




 

 

 

 

 


▶▷ 세월이 가면 ◁◀


詩. 박인환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박인환(1926~1956) 시인의

묘에 시비로 새겨진 "세월이 가면"


1955년 첫 시집을 내고 다음 해에

'이상' 시인 추모의 밤 행사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하셨다.

1956년에 썼으므로 첫 시집에는 수록되지 않았고

20주기 추모 시집으로 엮은

'목마와 숙녀'에 수록되었다.





꽃 날리는 봄에도 누군가에게는

그 쓸쓸함이 어울릴 수 있으려니...  


서늘한 가을에 어울릴 듯하고

노쇠해 보이기도 한 곡이지만

시를 되새기고

맑은 음색을 느끼고 싶어서 담아본다.






세월이 가면 - 박인희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