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이야기

노인의 날(10월2일) 주위에 계시는 어른신들은 안녕하실까?|

동자승12 2016. 10. 2. 20:03

-15년간 고령층 여가 20분 이상 줄어
-그나마도 TV시청이나 낮잠에 국한
-적극적 여가활동 해야 우울증 억제
-소극적여가 벗어나야 노년 삶 안정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박상희(72) 씨는 일주일에 3~4번은 전철을 타고 탑골공원에 와서 하루 종일 머물다 돌아가곤 한다. 딱히 볼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집에만 있기는 무료하고 주변에 노인정은 없어 자유시간을 딱히 보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기에 오면 비슷한 처지의 다른 노인들과 술잔이라도 기울이며 사는 얘기라도 할 수 있어서다.


나이가 들어 정년 은퇴를 하거나 일을 여전히 하더라도 근무 시간이 예전보다 짧아진 노인들에겐 갑자기 생긴 자유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생2막을 위해 새로운 일을 찾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은 해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어디가서 무엇을 하며 여가시간을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은퇴 후 적극적인 여가활동이 고령층의 정신 건강에 좋지만 우리 사회 노인들의 여가 활동은 그 절대적 시간도 줄어들고 있고 질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에게 적합한 스포츠 활동인 게이트볼 경기 장면
은퇴 후 적극적인 여가활동이 고령층의 정신 건강에 좋지만 우리 사회 노인들의 여가 활동은 그 절대적 시간도 줄어들고 있고 질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에게 적합한 스포츠 활동인 게이트볼 경기 장면

지난15년 사이 우리 사회의 노인들의 여가시간은 점차 줄어들었던 건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70세 이상 고령층의 여가시간은 1999년 7시간33분이었던 것이 2014년에는 7시간13분으로 줄어들었다.


절대적인 여가 시간은 줄었지만 먹고 씻는 생활 필수 시간을 제외하고 일하는 시간 대비 여가시간의 비중은 늘었다. 70세 이상의 여가시간 비중은 1999년 82.6%에서 2014년 86.2%로 늘었다. 생활 중 여가시간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하는 고민이 늘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 우리 사회의 고령층은 TV 시청이나 낮잠 등의 휴식을 제외하고는 적극적인 여가 활동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고령층 중 83.1%(중복 응답)는 TV나 DVD 등 영상 시청을 한다고 답했고 휴식을 한다는 응답도 51.3%에 달했다. 문화 활동이나 스포츠 활동, 여행 등 다른 활동은 15% 이상을 넘지 못했다. 대다수 노인들이 집안에서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영상콘텐츠를 보는 소극적 여가활동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 스스로 이처럼 무기력한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여가활동을 물었을 때 51.1%는 여행 등 관광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사회 참여 활동 의지를 밝힌 고령자도 23.7%나 됐다. 문화생활이나 스포츠 활동 등 적극적 여가 활동을 하고자 하는 응답 비율도 골고루 높아졌다. 한마디로 ‘다채롭고 멋진’ 노년의 삶을 꿈꾸지만 경제적, 신체적 한계로 인해 현실에 안주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여가활동이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단조로운 활동을 채워진다면 노년의 삶의 질은 저하되고 나아가 우울증 등 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실제 고령자 통계에서 고령층 내에서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살 사망률이 높아졌다. 65~69세 연령대의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7.1명인데 비해 80대의 자살사망률은 83.7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여가활동을 적극적으로 할수록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대진대ㆍ목원대 공동연구진이 서울 노원구의 노인 107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9.2%인 97명이 근래 1회 이상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고 평균 우울 지수도 7.55점으로 기준치인 6점을 상회했다. 그 원인을 통계 분석한 결과 여가활동에 적극 참여할수록 자살로 이어지는 우울증세가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귀옥 대구미래대학 호텔관광웨딩과 교수는 “여가활동에 몰입할수록 그 만족도가 높아지고 여가 만족도가 높을수록 삶 전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연구를 통해 밝히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은퇴전환기 중고령자의 일ㆍ여가현황과 여가증진방안’보고서는 “은퇴 이후 여가활용 방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기업 내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없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 종사자에 대한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별도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여가생활에서 소외되기 쉬운 고령 근로자에 대해서도 찾아가는 여가서비스 등의 프로그램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