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經典)

능엄경은 팔만대장경의 축소판

동자승12 2016. 10. 16. 09:00

반라밀제 번역 / 선화 상인 강설 / 정원규 편역 /불광사 펴냄 / 8만4천원(각

권 4만8천원)

 

 

 

불교에는 매우 중요한 경전이 많이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경전은 바로 〈능엄경〉이다. 〈능엄경〉이 있는 곳은 바로 정법이 세상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능엄경〉이 없어지면 이것은 바로 말법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각각의 불교도는 반드시 힘을 다하여 우리의 피와 땀으로 이 〈능엄경〉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중국 위앙종 9대 조사 선화 상인(宣化 上人, 1918~1995)의 능엄경 강설이다.


〈능엄경〉은 705년 당나라 때 반라밀제가 한역한 것으로, 갖춘 이름은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이고 줄여서 〈수능엄경〉, 〈능엄경〉 등으로 부른다. 총 10권으로 되어있는 〈능엄경〉은 스님들을 가르치기 위해 편찬된 교과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불교에서는 〈금강경〉, 〈원각경〉, 〈대승기신론〉 등과 함께 강원의 교과목으로 채택되고 있는 경전이다.


인도의 나란다에서 비장(秘藏)하고 있으면서 인도 이외의 나라에는 전하지 말라는 왕명에 의하여 당나라 이전까지는 중국과 한국 등에 전해지지 않다가 705년 중인도 스님 반라밀제가 가지고 와서 한역했다. 이 경의 가르침은 분별하는 버릇을 버리고 자신에게 불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아는 것에 목적이 있다.


그 가르침의 폭은 대, 소승의 현교뿐 아니라 밀교사상까지 가미되어 있기는 하지만 선정을 역설하고 있으므로 밀교 쪽보다는 선가에서 환영을 받아 주석가들 대부분은 선가의 스님이었다. 불교의 대(大), 소(小), 현(顯), 밀(密)을 두루 갖추어서 팔만대장경의 축소판으로 불리기도 하는 〈능엄경〉은 선불교의 소의 경전 가운데 하나이자 한국불교의 근본정신 가운데 한이기도 하다. 그런 중요성으로 인해서 한글 창제 후 첫 번째로 번역된 불교 경전이기도 하다.


제1권에서는 칠처징심(七處徵心)을 주제로 하고 있다. 부처님이 제자 아난과의 문답을 통해 마음을 어느 곳에서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하여 밝힌다. 몸 안, 몸 밖, 감각 기관, 어둠으로 감춰진 곳, 생각이 미치는 곳, 감각기관과 대상의 중간 지점, 집착하지 않는 곳 등 일곱 장소를 들면서 마음이 있는 곳을 물었으나, 부처님께서는 그 어느 곳에도 있는 것이 아님을 밝혔다.


아난은 다시 마음이란 마치 돌과 나무와 같은 것이 아니라고 하자 부처님께서는 그것 또한 분별망상이라고 설한다.


제2권에서는 깨달음의 본성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개달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설한다.


제3권에서는 세간의 만법이 모두 여래장의 미묘한 진여성이라 하여 마음의 영원불멸성을 깨우치고 있다.


 제4권에서는 여래장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중생들이 미혹하게 된 원인과 업을 짓는 근원, 수행할 때의 마음가짐 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3, 4권은 여래장 사상의 발달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제5권에서는 수행할 때 풀어야 할 업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밝힌다. 풀어야 할 근원적인 업의 매듭은 육근(六根), 육경(六境), 육식(六識) 등이며, 이를 풀어서 깨달음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인연을 법회에 참석한 제자들이 각각 체험담으로 진술한 것이 이른바 25원통이다.


제6권에서는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갖가지 몸으로 화현함을 밝히고, 이 사바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쉬운 방법이 관음의 능문문(能聞聞)의 수행문임을 설한다.


제7권에서는 해탈의 문에 들어가는 주문인 능엄다라니를 설하고 그 공덕을 밝히고 있다.


제8권에서는 보살이 수행하는 단계로 57위(位)를 설한 뒤 경의 다섯 가지 이름을 밝히고,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신선, 천인, 아수라라는 일곱 갈래의 중생이 생겨난 원인과 그 각각의 생존양상을 설명했다.


제9권에서는 말세에 중생이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50가지 마(魔)에 관해서 그 원인과 종류를 밝혔으며,


제10권에서는 공덕과 유통에 관하여 부언하는 것으로 맺는다.

 

   대불정수능엄경 권 2~4, 권 6~10. 보물 764호
 

임제종, 조동종, 위앙종, 법안종, 운문종 등 선가 5종의 법맥을 이은 허운 선사(虛雲, 1840~1959)의 제자 선화 상인은 10권으로 이루어진 〈능엄경〉을 내용별로 23개의 부로 나누어, 어렵고 복잡한 구절을 명쾌하고 상세하게 해설하고 있다.


이번 선화 상인의 〈능엄경 강설〉은 196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불교강당에서 ‘능엄경 하계연수반’을 열어 96일간 강의한 것을 정리한 9권의 〈선화 상인 해설 능엄경〉을 저본으로 하고 있다. 원본의 내용이 방대하여 중요한 강설만 따로 추려서 2권 1질로 엮었다.


처음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를 묶은 것이라서 상인의 꼼꼼하고 자상한 해설은 전문수행자가 아니라도 〈능엄경〉의 깊은 뜻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한 참선 수행과 함께 이루어진 경전 강의 덕분에 중국불교의 실제 신행 생활과 수행 가풍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