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은 암자와 절집 사람들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 "인생을 쉽고 편하게 살지 말자"

동자승12 2016. 5. 6. 11:14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 대담집 출간

설정 스님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雪靖·75·사진)

/나무를심는사람들 제공

 

"병이 났을 때, '선가(禪家)에 들어와 중이 됐으면 수행에 매진했어야 했는데, 천방지축 밖으로 돌아다녀서 이렇게 병이 생겼구나. 만약 죽지 않고 살면 반드시 진정한 수행자로서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어요."

스님은 50대 후반 췌장암 진단을 받았을 때 "부끄러웠다"고 했다. 당시 그는 수덕사 주지 10년, 중앙종회 의장을 두 차례 연임하고 총무원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덜컥 발병한 것. 그는 그 길로 참회 기도를 시작했다. 미국서 수술 후 귀국하자 바로 봉암사 선방으로 들어갔다.

3년간 '좌복(방석) 위에서 죽자'는 각오로 수행에 매진했다. 이후엔 오대산 상원사 선방으로 향했다. 스님은 말한다. "나에게 온 모든 것은 내 것이다, 내 것 아닌 것이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좋은 것은 내 것이고 싫은 것은 피하려고 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마음인데, 그 마음을 버리지 못할수록 불행합니다."

불교 저술가 박원자씨가 설정 스님과 2년여에 걸친 인터뷰를 모아 대담집 '어떻게 살 것인가'(나무를 심는 사람들)를 펴냈다. 책에는 10대에 출가해 총림 최고 어른인 방장에 오르기까지 설정 스님의 삶으로 본 한국 현대 불교사 60년이 녹아 있다.

수덕사는 근대 한국 선(禪)의 중흥조 경허(鏡虛) 스님과 만공(滿空) 스님의 법맥이 이어지는 전통의 선가(禪家). 선농일치(禪農一致)의 전통이 확고히 자리 잡은 사찰이기도 하다.

책에는 인터뷰 도중 밖에서 목탁 소리가 나면 스님이 움찔하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울력' 즉 대중 노동 시간을 알리는 목탁이다. 스님은 새벽에 가장 일찍 일어나고 농사 시간이면 '시범'을 보인다. 그는 지금도 특수작물을 재배해 자급자족을 꿈꾼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화훼가 수천억 되는데 여기서 꽃을 생산하면 선농일치의 삶도 살 수 있고 경제적 가치도 커서 밖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스님의 답은 "쉽고 편하게 살지 말자"다. 병을 앓고 난 후 스님이 다짐한 좌우명이다. "인생은 먹고 놀고 춤추고 방탕하게 살아가는 놀이터가 아닙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시베리아 벌판에 가져다 놓아도 살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풍잎처럼 서서히 곱게 물들어가는 삶'을 권한다. "괜히 이것저것 원망하고 분해하고 슬퍼하면 달리아가 질 때처럼 찌들찌들 추하게 늙어가는 거예요."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