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전갑남 기자]
비름의 색다른 발견이 아주 소중했습니다.
잡초의 생명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어디서 이런 끈질긴 생명이 나오는지요? 잡초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물기 많은 장마철에는 더합니다. 요즘은 살판이라도 난 듯 그 기세가 등등합니다.
호미를 끼고 사는 이웃 할머니께서 말씀하였습니다.
"풀이 웬쑤여 웬쑤! 장마철에는 쳐다보고 있으면 풀 크는 게 보인다니까! 한꺼번에 올라오면 오죽이나 좋아. 단번에 뽑아버리면 끝인데! 요놈을 뽑으면 다음번엔 에먼 놈이 또 올라오고! 참말로 징하다 징해!"
그렇습니다. 요즘 같아서는 '돌아서면 풀'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풀이 원수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옆집 아주머니가 오셨습니다. 시원한 오이냉국을 하려는데, 우리 오이가 생각났다고 합니다.
잡초 속에서 얻은 소중한 것
오이를 따다 바로 옆자리에 무성히 자란 풀을 보고서는 뭔가를 발견한 듯 말을 걸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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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름이 잡초 속에 섞여 자라고 있습니다. |
ⓒ 전갑남 |
"며칠 눈을 다른 데 돌렸더니, 풀이 이렇게 무성하네요."
"이거 풀이 아니고 나물이야, 비름나물!"
"저도 알긴 하는데, 먹어본 적이 없어서요."
"사모님이 너무 바쁘셔 이걸 그냥 놔두셨네!"
나에게 비름은 한낱 잡초에 불과하였습니다. 여태껏 내 손에서 걸리면 쓸데없는 잡초 취급을 했으니까요.
'잡초가 나물이 된다?' 아주머니는 지금 뽑아야 아주 연하고 맛나겠다며, 당장 뽑자고 합니다.
포도나무 옆 쪽파를 심었던 자리는 풀밭이 되었습니다. 김장용 쪽파를 심을 때까지는 내버려둘 참인데, 어느새 잡초가 주인이 된 것입니다.
풀숲에는 주로 비름과 명아주를 비롯하여 많은 풀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어떤 녀석은 한 자 이상 자랐습니다.
김을 매면서 비름나물을 추려내니 풀 뽑으며 나물을 캐는 식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꿩 먹고 알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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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초 속에서 뽑아낸 비름입니다. |
ⓒ 전갑남 |
장마철이라 비름이 아주 연합니다. 졸지에 얻은 나물이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비름도 훌륭한 나물이다
비름은 한해살이풀로 길가나 밭 아무데서나 잘 자랍니다. 너무도 흔한 잡초로서 거름발이 센 땅에서는 1m가 넘게 자랍니다. 꽃은 7월경부터 피는데, 잎겨드랑이에 모여 피고, 전체로 원추화서(圓錐花序)를 이룹니다. 원줄기 끝에 달린 꽃차례는 길게 달리고, 녹색의 자잘한 꽃이 이삭모양으로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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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름 꽃입니다. |
ⓒ 전갑남 |
사람들 중에는 비듬나물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비름나물이 맞습니다. 비름이 '장명채(長命菜)'라는 이름을 얻은 것을 보면, 꽤 괜찮은 나물임에 틀림없습니다.
비름은 뿌리부터 씨까지 버릴 게 없다고 합니다. 뿌리는 해열 해독에 쓰이고, 산모한테는 젖을 잘 나오게 한답니다. 잎과 줄기, 씨는 말려 달여 마시면 설사를 멈추게 하고, 생리불순 해소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비름에 대해서 알고 보니, 보물 같은 나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태껏 비름을 몰라본 것은 무지의 소치입니다.
뽑아놓은 비름나물이 수북합니다.
"아주머니, 좀 가져가세요?"
"이걸요? 이거 삶으면 한 줌밖에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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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와 억센 줄기는 잘라내고 다듬으면 훌륭한 나물이 됩니다. |
ⓒ 전갑남 |
비름나물 그 맛 참 착하네
뿌리째 뽑은 비름나물을 부드러운 위순 쪽으로 다듬었습니다. 억센 줄기는 모두 떼어냈습니다.
퇴근한 아내가 비름나물을 본 모양입니다.
"이거 당신이 캤어요? 어떻게 이걸 다 생각해냈을까!"
"옆집 아주머니가 가르쳐주었어. 나물 해먹으면 맛있대!"
"그럼요. 내 손볼 것도 없이 깨끗하게 준비했네!"
"아무튼 맛나게나 무쳐나 보라구?"
귀한 것을 얻은 양, 아내는 손을 걷어 부칩니다. 팔팔 끓는 물에 굵은 소금을 약간 넣고, 한소끔 끓여 나물을 데칩니다. 그리고서 찬물에 풍덩! 술렁술렁 헹궈낸 뒤 손으로 꼭 짭니다.
좀 전 아주머니가 한 말이 맞습니다. 데쳐놓은 게 한줌밖에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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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아놓은 비름나물. 가는소금과 들기름과 볶은 참깨가 있으면 비름나물을 맛나게 무칩니다. |
ⓒ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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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백하게 무치려면 많은 양념이 들어가기 않아도 됩니다. |
ⓒ 전갑남 |
"당신, 이게 끝이야?"
"그럼요. 예전 어떤 스님께서 나물무칠 때 이렇게 하던데요."
"파 마늘도 안 넣고?"
"나물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다른 게 필요 없대요. 맛이나 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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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가 솜씨를 발휘한 비름나물. |
ⓒ 전갑남 |
내가 괜찮다는 표정을 짓자 아내가 말합니다.
"이런 게 착하고 순한 맛이라는 거예요!"
잡초로 허투루 취급한 비름이 맛난 음식으로 변신할 줄이야! 하찮은 것도 귀하게 여기면 보배가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몹쓸 잡초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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