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은 암자와 절집 사람들

[스크랩]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원명스님 동안거 결제법어

동자승12 2016. 12. 17. 13:08

방장원명지종스님 동안거 결제법어

일념의 화두로 배가 멈추지 않게 하라     

道心堅固(도심견고) 하야 須要見性(수요견성) 하라 疑着話頭(의착화두) 호대 如咬生鐵(여교생철) 이어다


오랜 옛 적에 품었던 청운의 뜻이여!
의지와는 달리 어느 덧 백발이 되었네.
누가 알았겠는가?
거울 속의 얼굴을 보면서 안타까워 할 줄을


산천의 초목도 선정에 드는 삼동겨울의 문턱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때가 되면 우리 대중도 언제나 결제에 들어갑니다.

결제의 초입에는 모두가 의지를 굳게 다지고 반드시 공부의 성취를 보고야 말겠다고 결심합니다.
초지일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것입니다.
생사는 폭포와 같아서 잠시도 여유부릴 틈이 없는데도 어느 덧 망념의 꼬임에 빠져버립니다.
결제에 들어가는 각자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간절한지 부터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때가 되어서 의례히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공연히 시간만 낭비할 뿐입니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고인의 말씀을 뼈에 새긴 뒤 한바탕 공부를 지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나약한 의지는 한 가지씩 이유를 붙이고 변명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맙 니다. 어느 날 거울 속에 비친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아무리 안타까워하고 후회 해도 돌이킬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낄 것입니다.
훗날 그런 통한의 아픔을 맛보지 않으려면 결제하는 오늘, 자신의 모습을 냉정하게 비추어 보며 경책해야 합니다.
“두 번 다시 없을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사무치게 파고 들어가라.”고 말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한창 때는 두 번 오지 않고 하루에 있어서 새벽이 다시 오지 않는 것처 럼 공부인에게 다음은 없습니다. 다음이라는 변명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마음속 에서 지워버려야 합니다. 그런 다음 화두를 들고 생사의 큰 적과 맞붙어야 합니다. 바다가 산이 되고 산이 바다가 되는 무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외외하고 낙낙한 주인공을 만나기 위한 정진의 배에 오르는 날입니다.
이제 일념의 화두로 노를 삼아 배가 멈추지 않게 해야 합니다.
부디 질긴 업식의 굴레에서 벗어나 앙천대소하는 그 순간까지 굳은 신심과 용맹심 으로 정진에 몰두해야 할 것입니다.


學道無多字(학도무자다) 하니 當人決定心(당인결정심) 이라 忽然都放下(홀연도방하) 하면 物物是知音(물물시지음) 이로다


술 취한 듯 횡설수설 하지만 마음은 밝은 달 같구나.
이제 가던 길 되돌려 중생들 세상으로 들어갈 때라네.
무명의 높은 산 위에서 빛나는 진리의 횃불이 되고
거센 생사번뇌의 바다 건너가는 훌륭한 선장이 될지어다..



출처 : 통도사 비로암
글쓴이 : 白蓮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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