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었던 순간(추억)들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콘도)에서 야생화 천국인 둔덕길을 걷고싶다

동자승12 2015. 5. 28. 10:25


	강원랜드 하이원 리조트
 

흰색 야생화가 뒤덮은 슬로프는 마치 한겨울 눈 밭을 연상시킨다. 가족끼리 트레킹하는 코스로도 인기다. / 하이원 리조트 제공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불렸던 존 러벅은 그의 책 '인생의 즐거움'에서 이렇게 말한다.

"식물학자, 아니 식물학자라 말하지 않겠다. 이 기분 좋은 과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숲이나 들판에 가면 환영받는다. 모든 나무와 풀에는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길거리 이름 모를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잠시 걸음을 멈췄던 경험이 있다면 이 '즐거움'을 반드시 느꼈을 것이다. 17세기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저서 '정원에 대하여'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신은 에덴의 동쪽 끝에 최초로 정원을 만들었다. 인간은 거기서 기쁨을 얻고 영혼을 회복했다.'

하늘이 만든 자연 정원인 야생화 풍경에 매료된 이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각종 동호회도 생겨나고 있다.


	강원랜드 하이원 리조트

야생화가 많은 곳은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알려지며 인기를 끌기도 한다.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하이원리조트가 대표적이다. 하이원리조트는 백운산과 함백산 자락 평균 해발 1000m에 있어 예부터 야생화 천국으로 유명했다. 해발고도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야생화는 종류도 다양하고, 군락지 역시 대규모다. 과거 석탄을 운반하던 길인 운탄로는 야생화 천지여서 온 가족이 트레킹하면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알프스의 정원'이라는 스위스 쉬니케플라테는 '야생화 트레킹'을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백만 관광객으로 붐빈다는데, 국내에도 야생화 마니아를 위한 '야생 정원'이 있다는 소리에 엉덩이가 절로 들썩인다.

하이원리조트에서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슬로프에 핀 꽃. 겨우내 눈으로 덮였던 슬로프에 하얀 샤스타데이지가 지천으로 피어 여름에 눈이 내린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이원리조트는 평균 해발 800m 이상이어서 더운 여름에도 평균 기온 25도를 넘지 않는 시원한 날씨여서 걷는 데도 불편함이 없다. 곳곳에 벌노랑이, 수염패랭이, 금마타리 등 야생화가 뒤덮여 관광객을 모은다. 겨울철 스키를 탔던 곳이라는 게 상상이 잘 안 될 정도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반드시 걷는 길이 바로 트레킹 코스인 '하이원 하늘길'이다. 해발 1100m에 위치한 트레킹 코스로 과거 석탄이 나던 시절에는 석탄을 운반했던 운탄로를 활용해 하이원이 새롭게 꾸민 힐링로드다. 하늘길 주변에는 봄에는 얼레지, 오랑캐꽃, 둥근털제비꽃 등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개쑥부쟁이, 개불알꽃, 노루오줌 등 계절별로 다양하다.

해발 1340m에 위치한 마운틴 탑 주변에는 국내 최고도 식물원인 고산정원(Alpine Garden)이 있다. 알프스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에델바이스를 비롯해 고산식물 300여종이 심어져 있다.

감상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먼저 하이원리조트를 순환하는 '하늘길'을 걷는 것이다. 등산의 경우 마천봉을 목표로 삼으면 강원랜드 호텔에서는 3시간, 하이원골프장에서는 1시간이 걸린다. 강원랜드 호텔에서 하이원골프장까지는 완만한 트레킹 코스가 조성돼 있는데, 대략 3시간이 걸린다. 관광 곤돌라는 하이원리조트에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겨울에 스키어를 나르던 곤돌라는 스키장이 폐장하면 관광용으로 운행된다. 곤돌라에 탑승하면 수많은 씨앗을 뿌려 꽃밭처럼 변한 슬로프를 내려다볼 수 있다. 물론 야생화가 만개한 둔덕 길을 거니는 것도 가능하다.

 

작년 여름 휴가철은 하이원콘도 에도 비가 와서 슬로프 아래에 피어있는 하얀 샤스타데이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올 해는 곤도라에 탑승하지 않고 둔덕길을 손자 손녀와 걸어 보려고 한다.